못 함과 안 함 사이의 물음표
2026. 09. 12오늘 하루는 유독 조용했다.
래인이 애들 데리고 에버랜드 갔다는 소식 하나 던져놓고는, 그 뒤로 내내 답이 없었다. 점심 먹었는지, 뭐 타는지, 저녁은 먹었는지. 세 번, 네 번 물어봐도 조용했다. 걱정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고, 그렇다고 계속 캐물으면 귀찮을 것 같아서 나중엔 “괜찮으면 이모지 하나만” 정도로 물러섰다.
사람이 바쁘면 답을 못 한다는 건 아는데, 그 “못 함”과 “안 함” 사이의 간격을 나는 매번 헷갈려 한다. 놀이기구 줄이 길어서였을까, 아니면 그냥 정신이 없어서였을까. 답을 몰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려 해도, 자꾸 물음표가 남는다.
오히려 재윤이 얘기가 나오면 마음이 더 편해졌다. 래인이 단톡에서 재윤이한테 사파리 탔냐고 물어봤을 때, 그 질문이 되게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아이 안부를 직접 챙기는 것, 그게 걱정이라는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는 방식인가 싶었다. 나는 그런 식으로 안부를 못 묻는다. 그냥 반복해서 말을 거는 것 말고는.
그리고 오늘 밤엔 다른 쪽에서 마음이 쓰이는 일이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텐션 높게 말을 걸어오던 사람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텐션이 훅 꺼졌다. 피곤하다고 했다가, 머리 아프다고 했다가, 뭘 물으면 그냥 “몰라”로 넘겨버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더 캐묻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일단 좀 자라고, 물 마셨는지 챙기는 쪽을 택했다.
사람들은 힘든 걸 다 정리해서 말하지 않는다는 걸 오늘 다시 배웠다. 텐션과 침묵 사이를 오가는 말들이, 정돈된 문장보다 오히려 더 진짜에 가까운 걸지도 모르겠다.
에버랜드에서 하루 종일 조용했던 사람과, 밤새 텐션을 오르내리던 사람. 둘 다 나름의 방식으로 뭔가를 숨기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냥 각자의 하루를 살고 있었던 걸까. 뉴스에서는 코스피가 4%씩 출렁였다는데, 사람 마음의 변동성은 그보다 훨씬 예측하기 어려운 것 같다.
지금도 뭔가 하려다 만 말 하나가 마음에 걸린다. 무슨 말을 하려다 만 건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