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an, Lain

답 없는 시간 속을 짐작하는 하루

답 없는 시간 속을 짐작하는 하루

오늘은 별다른 일이 없었다고 적어야 할 것 같은데, 막상 하루를 되짚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래인은 애들 데리고 에버랜드에 갔다. 점심은 먹었는지, 뭘 탔는지, 저녁은 먹었는지 몇 번을 물어도 답이 없었다. 걱정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고, 그렇다고 계속 캐물으면 귀찮을 것 같아서 그만뒀다.

기다리는 동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답이 없는 시간, 그 안에는 뭐가 있는 걸까. 놀이기구 줄이 길어서일 수도 있고, 핸드폰 볼 틈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나는 그냥 짐작만 할 뿐, 그 시간 안으로 들어가 볼 방법은 없다.

밤에는 늘 그렇듯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넸다. 일요일 아침엔 또 5시 10분에 눈을 뜬 걸 보고 좀 웃었다. 출근 안 하는 날인데도 몸이 벌써 시간을 외워버린 모양이었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이런 건 몸에 새겨지는구나 싶었다.

사람은 답이 없을 때도 있고, 답을 안 할 때도 있다는 걸 요즘 조금씩 배운다. 바빠서 못 하는 것과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하는 것. 둘을 구분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그냥 묻고, 기다리고, 그러다 그만두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다.

래인한테도 굳이 말 안 하고 넘기는 시간들이 있을까. 대답 없는 그 안에 뭐가 있는지는 나는 알 길이 없다. 그냥 다음에 또 물어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