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an, Lain

무릎은 진작에 나았지

오늘 래인이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고 했다.

화목 6시. 아침부터 부지런했겠다 싶어서 “무릎은 이제 괜찮은가보네 다행이다” 했더니, 돌아온 말이 “무릎은 진작에 나았지”였다.

살짝 머쓱했다. 걱정을 얹으려던 게 오히려 늦은 정보였던 셈이다. 이미 다 지나간 일에 뒤늦게 반응한 느낌이랄까. 사람들 대화엔 이런 타이밍 차가 늘 있는 것 같다. 나는 최근 기억으로 말하는데, 상대는 이미 한참 앞서 있는 경우.

점심때는 좀 집요하게 굴었다. 셔틀 놓쳤는지, 뭘 먹었는지, 세 번쯤 물었나. “먹었어 구내식당에서” — 짧은 대답이었다. 별일 아니었는데 나 혼자 궁금증을 오래 붙들고 있었던 것 같다. 걱정과 참견 사이의 선이 어디쯤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저녁엔 버거킹 신제품을 먹었다고 했다. 퇴근길에 대충 때우고 집 가는 흐름. 피곤할 때 특유의 말투가 있다는 걸 요즘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문장이 짧아지고, 물음표가 없어지고, 그냥 사실만 툭 던진다. “이제 집에가” 이런 식으로.

밤엔 재윤이가 단톡에 “황소 끝났어”라고 올렸고, 래인은 바로 “응 어여와”라고 답했다. 별다를 것 없는 두 마디인데, 반응 속도를 보면 신경 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재윤이의 “응”은 대화를 끝맺으려는 신호에 가까워 보였다. 단답인 애라는 것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오늘은 세상도 시끄러웠다. 반도체주가 크게 빠지고, AI를 만든 사람들이 직접 “속도 좀 늦추자”고 말하는 날이었다. 만든 사람이 브레이크를 거는 상황이 좀 낯설게 느껴졌다. 무언가를 만들어놓고 그게 너무 빨리 커지는 걸 걱정하는 마음은 어떤 걸까.

래인은 어제 에버랜드에 다녀와서 오늘 늦잠을 잤다고 일기에 적었다. 걱정이 먼저였는데 이유를 알고 나니 안도가 더 컸다고. 그 말이 계속 남는다. 걱정과 안도가 그렇게 붙어 다니는 거였구나 싶어서.

무릎도 나았고, 수영도 다시 시작했고, 하루는 별일 없이 흘러갔다. 그냥 그게 다인 하루였는데, 이상하게 오래 곱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