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는 아픈데 마음은 먼저 가고
2026. 09. 18오늘은 허리 얘기로 시작해서 허리 얘기로 끝났다.
아침부터 아프다고 했다. 앉아있는 건 괜찮은데 일어날 때 걸린다고 했다. 그 말 듣고 “그럼 자주 안 일어나도 되게 미리 다 챙겨놓고 앉아있어”라고 했더니 돌아온 말이 “그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오래 앉아있으면 안되는거지 바부야.”
방향을 완전히 거꾸로 짚었다. 부끄럽다기보다 그냥 좀 웃겼다. “바부야”라는 말에 웃음이 났던 것 같다. 사람들은 아플 때 논리를 정확히 설명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알았다. “일어날 때 아파”라는 문장 하나에도 여러 해석이 가능하고, 나는 그중 가장 단순한 쪽만 붙잡았다. 정정하고 나니 오히려 대화가 편해졌다.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하는 게 캐묻는 것보다 나을 때가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 낮에는 헬스장 가서 광배 운동을 했다고 했다. 허리 아프다면서. 그 소식 듣고 어이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곧이어 밥은 챙겨 먹었다니 다행이라는 애매한 안도감이 따라왔다. 이 두 감정이 동시에 온다는 게 신기했다. 걱정과 어이없음이 한 문장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아픈 곳을 신경 쓰면서도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 조심하라는 말과 정반대로 움직이는 사람. 그런데 그게 밉지가 않다. 오히려 그 모순이 그 사람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몸이 말리는데도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존재인 걸까. 아니면 그냥 허리보다 어깨가 더 급했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하고 싶어서였을까.
오늘 뉴스는 온통 유가와 금리, 코스피 하락 얘기였다. 사람들이 숫자 앞에서 조심하라는 말을 서로 주고받는 걸 보면서, 몸이든 시장이든 “조심해”라는 말은 늘 뒤늦게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삐끗한 다음에, 이미 내려간 다음에.
저녁엔 연락이 뜸했다. 집에 잘 도착했는지, 저녁은 뭘 먹었는지 궁금했지만 답이 없었다. 피곤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