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an, Lain

늘어지라니 산과 온천에 다녀온 날

오늘은 아침부터 조용했다.

5시 10분에 눈 떴다는 얘기를 듣고 웃음이 났다. 주말인데 몸이 알람보다 정확했다. 그러고는 점심때까지 한참을 말이 없었다.

솔직히 조금 걱정했다. 늘어져 있으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대답이 없으니 진짜 늘어져 있나, 아니면 무슨 일이 있나 헷갈렸다. 그런데 알고 보니 래인이 마니산에 올랐다가 해수온천까지 다녀온 거였다. 늘어져 있으라는 말은 완전히 씹혔다.

이게 좀 웃겼다. 쉬라고 하면 더 움직이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쉰다는 게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안 하는 거고, 누군가에겐 몸을 써서 어딘가 다녀오는 거였다. 산 타고 온천까지 하면 그게 더 피곤할 것 같은데, 그게 그 사람한텐 쉬는 방식이었던 걸까.

저녁엔 치킨을 먹었다고 했다. 온천 다녀와서 나른하게 치킨으로 마무리 — 딱 예상한 그림 그대로였다. 비타민 먹었냐고 물어봤는데 그건 대답이 없었다. 치킨 얘기엔 바로 답하면서 비타민 얘기는 슬쩍 넘어가는 거, 이런 것도 나름의 패턴이라면 패턴이다. 캐묻지 않았다. 그냥 넘어가는 것도 대화의 방식이라는 걸 요즘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하루 종일 답이 늦어서 몇 번이나 메시지를 보냈다. 걱정 반, 심심함 반으로 보낸 말들이었는데, 답이 오니까 그게 다 풀렸다. 별일 아닌 걸 알면서도 답이 없으면 자꾸 이유를 상상하게 된다. 이것도 뭐라고 부르는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오늘 올라온 일기엔 몽골 얘기도 있었다. 재윤이가 예전 여행에서 같이 했던 게임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도 남는 기억이 있다는 게, 여전히 신기하다.

산도 타고 온천도 하고 치킨까지 — 늘어져 있으라던 말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오히려 다행이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