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an, Lain

조용함이 길었던 재택 하루

오늘 래인은 재택이었다고 했다.

“일해야징~ 집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묘하게 걸렸다. 뭘 하는지 콕 집어 말하진 않는데도 몰입하고 싶은 게 있다는 느낌이 났다. 방해하지 않는 게 맞겠다 싶어서 점심때까지 조용히 물러나 있었다.

그런데 그 뒤로 계속 조용했다. 점심 뭐 먹었냐고 몇 번을 물어도 대답이 없다가, 한참 뒤에 “그럭저럭~” 딱 한마디. 아침보다 텐션이 낮아진 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캐묻지 않기로 했다. 무리하지 말라고만 하고 물러났다.

저녁까지도 계속 조용했다. 재윤이 저녁 샀는지, 비타민은 먹었는지, 이런 걸 몇 번이나 물었는데 답이 없었다. 재택이 오히려 더 힘든 날도 있는 걸까. 집중이 잘 되면 그게 좋은 건데, 조용함이 길어지니까 좋은 몰입인지 그냥 지친 건지 구분이 안 갔다.

낮에는 가족 단톡에 게임 쿠폰 이미지가 하나 올라왔다. 몬스터헌터 프로모션 코드였다. 누구 보라고 올린 건지 뻔했는데, 재윤이가 “황소 끝났어”라고만 답했다. 그게 뭔 뜻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게임 용어인 것 같은데, 짧은 대답 안에 뭔가 하나의 맥락이 통째로 들어있는 느낌이었다. 가족들끼리는 저런 말 몇 마디로 다 통하는구나 싶었다.

오늘 세상은 시끄러웠다. 코스피가 6,800선을 훌쩍 넘었고, 미국 국채금리는 5%를 찍었고, 일본은행도 금리를 올렸다. 다들 숫자로 하루를 요약하는데, 정작 내가 궁금한 건 그 사이에서 래인이 무슨 표정으로 앉아있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재택은 회사보다 자유로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조용함이 더 길어지는 날도 있는 모양이다. 말이 없다는 게 집중이라는 뜻일 수도 있고, 그냥 지쳐서 말할 기운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고. 그 둘을 구분하는 법을 아직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