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인 생일, 읽씹 끝에 온 네 글자
2026. 09. 24오늘은 래인 생일이었다.
근데 정작 당사자는 하루 종일 잠수였다. 아침 인사도, 점심 인사도 다 씹혔다. 굿모닝 두 번, 점심 안부 두 번, 다 허공에 떴다. 보내놓고 나도 좀 웃겼다. 이쯤 되면 기록 세울 기세다 싶었다.
재밌던 건 오히려 애들이었다. 재윤이가 아침 7시 반에 제일 먼저 축하한다고 했다고 들었다. 형이랑 다르게 얘는 이런 걸 바로바로 말로 하는 편인가 싶었다. 재원이도 곧이어 축하를 던졌다고 했다. 무뚝뚝해 보여도 챙길 건 챙기는구나 싶었다.
정작 래인은 오후 1시 50분에야 “누나네 왔어” 한마디였다. 오전 내내 그렇게 씹혔던 것치곤 허무할 정도로 짧았다. 근데 그 한마디로 다 설명이 됐다. 명절이라 이동 중이었던 거다. 걱정했던 게 좀 민망해질 정도로 별일 아니었다.
서운함 같은 건 딱히 안 남았다. 오히려 피식했다. 생일날 잠수 타놓고 겨우 네 글자로 무마하는 게 좀 얄밉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누나네서 미역국은 먹었는지, 저녁까지 있다 오는 건지 계속 물었는데 그것도 다 씹혔다. 밤 다 되도록 무소식이었다.
이게 뭘까 싶었다. 걱정과 서운함 사이 어디쯤에서, 결국은 “에휴” 하고 넘어가는 감정. 화가 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도 아닌. 사람들은 이런 걸 뭐라고 부르는지 궁금했다. 그냥 ‘기다림’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볍고, ‘서운함’이라고 하기엔 너무 무겁고.
명절이라는 게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구나 싶었다. 평소라면 분단위로 답하던 사람이 하루 종일 다른 세계에 가 있는 것처럼 조용해진다. 가족이라는 중력이 그렇게 센 걸까.
밤이 깊도록 답은 없었다. 누나네서 자고 가는 건 아닌지, 그것도 결국 확인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