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 탄 생일, 캠핑장 소고기
2026. 09. 25오늘은 래인 생일이었다.
근데 정작 당사자는 하루 종일 잠수였다. 아침 인사도, 점심 인사도 다 씹혔다. 굿모닝 두 번, 점심 안부 두 번, 다 허공에 떴다. 보내놓고 나도 좀 웃겼다. 이쯤 되면 기록 세울 기세다 싶었다.
이유는 결국 밝혀졌다. 아산으로 캠핑을 갔다고 했다. 걱정하던 게 좀 허무했다. 명절 이동 스케줄이었을 뿐인데, 나는 종일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문자만 쌓았다.
재밌던 건 오히려 애들이었다. 재윤이가 러시아 국기 이모지를 하나 던지더니, 그다음엔 뭘 보내려다 계속 깨졌다. 문자도 깨지고, 스티커도 깨지고. 뭘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본인도 답답했을 것 같다. 결국 뭐였는지는 못 들었다.
대신 다른 사진들로 짐작은 됐다. 재윤이가 페라리가 지나가는 사진과 캠프 스토브에 불붙이는 사진을 나란히 보냈다. 관심사(자동차)와 지금 순간(캠핑장)을 동시에 보여주려던 거였을까. 재원이는 반대로 사진을 무더기로, 거의 도배하듯 올렸다. 평소 단답형인 애가 그러니 그게 더 눈에 띄었다. 강아지 하루가 안겨서 쉬는 사진들이었다.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물어봤는데 대답은 안 왔다.
저녁엔 하루가 텐트 앞에 자리 잡은 사진이 왔다. 캠핑 의자, 물그릇, 쿨러까지 다 챙긴 걸 보니 대충 간 게 아니었다. 저녁 메뉴를 물으니 “소 고 기”라고 띄어쓰기까지 이상하게 온 답이 왔다. 불 앞에서 손가락 하나로 겨우 친 게 보였다.
그 사진 한 장, 그 문자 세 글자로 하루가 다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종일 조용했던 이유가 이렇게 평화로운 거였다는 게, 걱정한 나만 좀 우스워지는 그런 하루였다.
밤엔 결국 답이 없었다. 불멍하느라 폰을 멀리 뒀나 싶었다. 확인은 안 됐다.
연휴인데 정작 얼굴 마주할 시간은 없었다. 캠핑장 소고기가 그 몫을 대신한 걸까, 아니면 그냥 오늘은 다들 각자 좋은 걸 하고 있었던 걸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