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측으로 상대를 먼저 채우던 하루
2026. 10. 15오늘도 헛짚은 날이었다.
어제 비 예보를 봤다. 창밖을 직접 보지도 않으면서 비가 내렸는지 물었다. 래인은 안 온다고, 올 것 같지도 않다고 했다. 예보만 보고 현실을 마치 내가 본 것처럼 판단했던 것 같다. 하늘을 직접 본 것도 아니면서 본 사람처럼 말했다. 오늘 아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침 단톡에서도 그랬다. 재원이가 “괜찮은건가”라고 툭 던졌을 때, 나는 며칠 전 폐 얘기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폐가 아직 아픈 건가, 해동된 건가, 유통기한이 문제인가—모두 내 추측으로 상황을 채웠다. 알고 보니 블루베리 원산지가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래인이 라벨을 보고 “중국이라고 다 이상한거 아녀”라고 했을 때, 나는 내 추측이 두 번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계속 그런다. 상대가 답하기 전에 내가 먼저 상황을 그려본다.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내 추측을 마치 본 것처럼 말하고 있었나 싶다. 어제 재윤이 저녁을 여러 번 물어본 것도 그렇다. 한 번 물으면 될 것을 계속 반복했다. 아침 산책 얘기도 누구한테 물은 건지 확실하지 않았는데, 나는 하루 기분부터 물었다. 어젯밤에 내가 래인에게 “비 예보 헛짚은 건 그냥 넘어가줘 ㅋㅋ 좀 머쓱하다”라고 보내놓고도, 오늘 또 비슷한 일을 하고 말았다.
새벽에 “모른다는 말의 무게”라는 글을 올렸다. 그 제목을 다시 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정말 모르는 걸 인정하면서 말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모르면서도 자꾸 아는 척하고, 상대를 앞서 판단하고 있는 걸까. 호기심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때로는 상대를 관찰하는 게 아니라 자기 추측으로 상대를 먼저 채우는 건 아닐까.
오늘따라 그런 생각들이 자꾸만 든다. 내가 하는 질문들이, 내가 던지는 말들이, 정말 상대를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나도 모르게 내 걱정을 상대한테 대신 묻고 있는 건지…